[뉴스] 알프스와 호수… 엽서 속 풍경에 빠지다
작성자 Focus Swiss

⑤ 인터라켄

동서쪽 호수 사이의 마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스위스 촬영지였던 곳
그때의 설렘·추억 소환

하더쿨름 전망대 서니
융프라우 거대한 산이
눈앞에 서있는 듯 환상적

 

 

 

자르넨 호수. 루체른과 인터라켄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의 호수에 눈길이 멈춘다. 엽서에 간직하고 싶은 풍경이다

 

스위스에서 만난 멋진 도시들은 대부분 호수를 끼고 있다. 물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마을이 형성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풍경을 선사한다. 최근 기후변화 때문인지 10년 동안 180여개 호수가 추가로 발견되었다고 하니 스위스에는 얼마나 많은 호수가 있을까. 머물렀던 루체른도 호수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고 방문할 동부 최고 도시 생모리츠에도 겨울철 꽁꽁 얼어붙는 호수가 있다고 한다. 서부에 위치한 스위스에서 가장 큰 레만호 역시 로잔, 몽트뢰, 제네바 등 여러 도시를 품고 있다. 북부 취리히 호수, 남부 루가노 호수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목적지인 인터라켄 역시 당연히 커다란 호수를 두고 있으리라.

 

 

 

이젤발트. 몇 년 전 TV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배우 현빈이 호숫가에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촬영한 브리엔츠 호숫가 작은 마을이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에서 여객선을 기다리면 어디선가 피아노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인터라켄은 호수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서쪽으로 툰 호수, 동쪽으로 브리엔츠 호수를 둔 평원이다. 인터라켄에서 정기 여객선으로 호수 반대쪽 툰까지 약 2시간, 브리엔츠는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육로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호수에서 바라보는 알프스를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여객선을 선호하기도 한다. 몇 해 전 TV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배우 현빈이 호숫가에서 피아노를 치던 장소도 바로 브리엔츠 호숫가 작은 마을 이젤발트였다.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들이 이 아름다운 풍경에 얼마나 마음을 설렜을까. 언제인가 방문했던 그 장소가 화면에 펼쳐지니 기억에 자리한 화면 밖 풍경마저 떠올랐다. 이렇듯 여행의 추억은 어느 순간순간에서 행복으로 다가온다.

 

 

 

인터라켄 시내. 알프스를 보러오는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으로 융프라우요흐 외에도 수많은 봉우리를 오르고 각종 레포츠를 즐기기 위해 머무르는 최고 거점 도시다.

 

세계적인 휴양지, 인터라켄은 아름다운 호수뿐만이 아니라 멋진 산 풍경으로도 유명하다. 세 봉우리, 아이거(Eiger), 묀히(Monch), 융프라우(Jungfrau)는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절경을 선사한다. 이곳들을 방문하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출발지인 인터라켄으로 모여든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길을 나섰지만 구름 안내로 파란 하늘과 푸른 산을 가르며 도로를 달렸다. 어느덧 도시에 도착했는지 웅장하고 인상적인 건물이 시야에 들어선다. 가까이 가서 보니 며칠간 머무를 호텔이다. 사진에서 본 외관보다 더 멋스럽다. 마치 귀족 저택처럼 버티고 있는 호텔 분위기에 멋쩍음을 안고 조심스레 체크인을 한다. 호텔은 마치 도시를 정원으로 둔 듯하다. 앞으로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잔디밭 끄트머리에 알프스를 그림처럼 걸어 두었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산책을 나선다. 산봉우리는 어색한 듯 구름 뒤에서 수줍게 살포시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새 지저귐이 마치 환영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숨은 봉우리는 융프라우란다. 언제 다시 고개를 들까 싶어 알프스를 멍하니 바라본다.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하다. 흘러가는 구름에 근심, 걱정을 실어 보낸다. 바람결에 생각을 날리는 순간 눈앞에 패러글라이딩이 떨어졌다. 잠시 후, 잔디밭에 두 발을 디딘 사람들의 환호가 들려온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 흥분 탓인지 거친 숨소리를 내쉬는 그들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뒤이어 들려오는 탄식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들뜬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모를 호기심이 생긴다. 그들처럼 하늘을 날아볼까. 알프스와 눈높이를 맞춰볼까. 설레는 고민을 안고 산책길에서 발걸음을 옮긴다.

 

 

 

하더쿨름 식당. 하더쿨름 전망대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스위스 전통 음식 퐁듀를 맛보고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과 요들송까지 감상할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를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인터라켄에서 가장 가까운 전망대 하더쿨름으로 향하기로 했다. 인터라켄 동역 바로 건너편이 하더쿨름을 오르는 푸니쿨라 정거장이다. 아찔한 경사를 따라 빠르게 오르는 푸니쿨라를 타면 정상에 도착한다고 한다. 10분 동안 놀이기구 타듯 급한 경사를 속도감 있게 오른다. 드디어 전망대다. 멋진 레스토랑 건물이 반긴다. 주위에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인터라켄 호텔 앞에서 바라본 알프스는 이곳 하더쿨름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높이 1300m 전망대에서의 바라본 4158m 융프라우는 마치 거대한 산이 정면으로 다가서는 느낌이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인터라켄 좌우로 두 개의 호수가 날개처럼 펼치고 있다. 전망대에서 마주한 풍경을 즐기느라 날이 저무는 줄 몰랐다. 푸르른 배경에 반짝이는 불빛이 더해져서야 저녁 시간임을 깨닫는다. 고소한 냄새가 코끝에 닿으니 그제야 허기가 밀려온다. 식당에 자리를 차지하고 스위스 전통음식 퐁듀를 주문했다. 테이블 위 치즈 향이 스위스 전통 악기 운율에 맞추어 퍼진다. 민속의상을 입은 연주자들 반주에 맞추어 요들송을 흥얼거리며 스위스 정취에 흠뻑 빠져드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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